지난해 매우 긍정적인 변화가 하나 일어났다. 기부에 대한 관심과 기부액수가 놀라운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무료변호, 무료진료, 교육봉사 등의 재능나눔과 자원봉사도 많이 늘어났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봉사와 기부도 매우 커졌다.
경제사정이 여전히 어려운데도 나눔이 활성화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율이 높아진 점, 언론 매체들의 나눔캠페인,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기증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가장 근원적으로는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나눔의 DNA’가 발휘된 것이 아닌가 싶다.
1906년 나라가 큰 빚을 지자 ‘국채보상운동’을 일으켜 고종황제로부터 부녀자에 이르기까지 전국민이 이에 동참했다. 외환위기 때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금모으기 운동’을 벌여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영국의 일간지 <런던 타임스>는 “이런 국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며, 일어나야 한다”고 격찬했다 한다.
한동안 너무 가난해서 이웃을 돌볼 여유가 없었던 개인들과 기업들이 비록 아직도 어렵지만 조금 여유가 생기자 서로 앞을 다투어 나눔에 동참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옛날에는 가난이나 재앙이 주로 자연현상 때문이었고 사람들은 이를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오늘날엔 사람의 행복과 불행이 주로 사회적인 원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가난이나 질병 등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역시 사회의 도움으로 여유를 갖게 된 사람들이 책임지는 것이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 할 수 있다. 물론 국가는 세금을 거두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공공복지에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지출할 정도가 됐다. 앞으로 복지는 국가의 임무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공공복지만으로 모든 복지 수요를 충당할 수는 없다. 설사 가능하더라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다. 수요의 성격과 정도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반드시 복지 사각지대가 있게 마련이다. 다양한 복지단체가 이웃의 자발적인 기부를 받아 이를 보완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인간적이다. 특히 다른 복지국가들에 비해 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기부가 많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갈등지수가 네 번째로 높다. 그 때문에 매년 약 3백조원의 비용을 지출한다(삼성경제연구소 2009년 발표). 개인과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부와 봉사는 이런 갈등을 크게 완화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기부자들과 그 후손들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멋지게 쓰는 보람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역사가 보여준 모범을 좇아 우리나라가 ‘기부선진국’이 되면 우리는 전 세계로부터 존경을 받을 것이고 명예와 자긍심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글·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위클리공감 2012년 3월 25일 칼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