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가 선교 100주년을 맞는 1984년 이른 봄에 싹트게 되었습니다. 기독실업인과 전문직업인들의 조찬모임에 강사로 나온 서울대 손봉호 박사가 ‘기독교인과 재물’에 대한 주제로 강의를 하면서 비기독교인과 기독교인은 물질에 대한 태도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였습니다. 평생 사회로부터 공급받은 은혜를 갚는 의미로 재산의 사회 환원을 호소한 것이지요.
모임 직후 최태섭 한국유리 회장, 최창근 (주)밀알 회장 등을 주축으로 ‘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이 발기되었습니다. 운동이 조직화되면 여러 가지 부수적인 일들로 인해 정신이 변질되기 쉬우므로 무조직, 무회칙, 무회비, 무홍보, 무사업의 5무 원칙을 세웠습니다. 거창하게 홍보하기보다는 가까운 친구에게 가슴에서 가슴으로 확산시키자는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회원들이 속한 공동체(속회, 구역 등)를 통해서 잔잔히 퍼져나갔고 30년간 1,200명의 회원이 생겼습니다. 엽서를 통하여 의사표시를 한 1,200명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결심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재산에는 사회적 공공성이 있습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회와 국가의 도움 없이는 재산을 모으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 내 재산에도 반드시 남의 것이 포함되어 있는 법입니다. 이러니 재산을 자기 자식에게만 물려준다는 건 옳은 것이 아니잖습니까? 자식이 문전걸식하지 않을 정도, 혹은 가진 것의 3분의 1 정도만 물려주고 나머지는 재산을 만들어준 사회와 이웃에 돌려주자는 것이 이 운동의 취지입니다.
회원들에게 유족에게 재산 전부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유언장을 써서 보관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두 장을 써서 하나는 가슴에 품고 다니고(김경래 대표는 수첩에 써서 항상 휴대하고 다닌다) 한 장은 공증을 받아 집에 보관하도록 하는 겁니다. 사실 이 운동에 강제성은 없으나 한 사람이 자신의 죽음 이후를 내다보고 쓰는 것이 유언장이므로 허투로 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유언장을 쓴 직후부터 사회와 이웃에 대한 사랑을 본격적으로 실천하는 회원이 많습니다.
현재까지는 부모들의 유산기부에 대해 반대하는 회원은 없었습니다. 부인의 경우가 반대가 심할 것처럼 보였지만 어떤 회원의 경우는 오히려 집에서 더 대우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씀씀이는 엄격해지면서 남에게는 후한태도를 보였다는 군요. 또 이 운동에 참여한 모 대학교수는 자녀들로부터 '우리 아버지가 최고다'라며 새삼 존경을 받게 됐다고도 합니다. 또 아버지의 유언장을 읽은 이후 눈빛이 달라진 아이들도 있다는 회원도 있습니다. 그때부터 자녀들이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생활태도나 습성도 달라졌다며 보람을 느낀다는 회원들이 많습니다.
유산기부운동은 자칫하면 크게 변질될 소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섯 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워 30년간 지켜 오고 있습니다. 첫째로 조직을 꾸리지 않겠다는 ‘무조직’운동입니다. 조직을 꾸리면 활동과 관련된 비용 등이 들어 갑니다. 그런 경비를 만들지 않고 모든 것은 사회에 환원하자는 의미로 무조직 운동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둘째로 무회칙입니다. 회비도 걷지 않고, 회원들은 단지 ‘유산 안 남기기 운동’ 즉 ‘캠페인 활동’만 하는 것입니다. 셋째로는 회비를 걷지 않습니다. 경비를 쓸 일이 없으니 회비 또한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발 통문과 엽서 등은 그냥 제 사비로 충당하고 발송 및 제작 등은 주변 사람들의 봉사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저희 단체를 홍보하는 일도 없습니다. 저희는 ‘유산 안남기기 운동’이 대한민국 곳곳에 알려지고 모두 동참 했으면 하는 마음이지 저희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라는 운동은 하지 않습니다. 다섯 번째로 아무런 사업을 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유산기부를 받아 어디 사용하거나 아니면 그런 기부를 받기 위한 사업은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유산 안 남기기 운동’이 더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캠페인 활동만 회원들 스스로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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